류이치 사카모토 회고록,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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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까?/도서리뷰

류이치 사카모토 회고록,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by 게으른_완벽주의자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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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도쿄 출신의 뮤지션이자 작곡가. 국내에는 영화 음악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특히 그가 주연으로 열연한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인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는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그 후 <마지막 황제>의 OST로 아카데미 작곡상,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곡상, 그래미 영화TV 부문 음악상 등을 수상했고,이는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한 이력이다. 2023년 3월 28일 향년 71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내용 

 

사카모토 류이치의 첫번째 자서전 2009년 작,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이후 두번째이자 마지막 회고록이다. 직장암이 재발한 이후, 죽음을 준비하던 와중에 2009년 이후의 발자취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 그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일본의 문예지 <신초>에 칼럼 연재를 하였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연재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의 에필로그 집필을 남겨두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상을 떠났고, 에필로그 대신 사카모토 류이치의 칼럼 연재 원고 담당자이던 편집장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 적혀있다. 또한 책에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족이 공개한 그의 투병 생활 중 적었던 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고른 자신의 장례식 플레이리스트 책의 마지막에 있다.

 

책은 2020년 직장암 전이 판정을 받은 후 생존율 50%라는 진단을 받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암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암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하며 사카모토는 삶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인생과 음악, 그리고 자연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기본적으로 2009년 이후 그의 음악적 여정을 따라 전개된다. 사카모토의 인생, 음악, 그의 자연과 철학에 대한 사유도 흥미롭지만 그가 전 세계적 예술가였던 만큼 그와 다른 예술들의 인연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국내 예술가들과도 많이 교류하였는데 특히 백남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백남준을 위한 곡인 'A Tribute to N.J.P.' 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외 국내 화가인 이우환에게는 스승으로 존경한다고도 표현하며 깊은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였다고 한다. 사카모토는 이우환에게  그의 마지막 앨범 '12'의 앨범 재킷을 부탁하였으며 이우환에게 받은 그림을 병실 벽에 걸어 놓기도 하였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인 쿠사마 야요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그 외 여러 뮤지션들과도 많은 인연을 쌓았으며, 새로운 뮤지션들인 방탄소년단, 새소년, 플라잉 로터스 등 처럼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교감을 나누는 모습으로, 그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열려있는지 보여준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사회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 그의 환경과 사회에 대한 철학을 곳곳에서 엿볼 수가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구호 활동에 여념이었던 그의 모습과 일본 정부에 맞서 탈원전 시위에 활동하면서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책에서는 당시 그의 활동에 대한 그의 회고가 기록되어 있어 그의 철학에 공감할 수 있다. 

 

느낀점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데, 사카모토 류이치는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이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철학과 사상이 알고 싶어 책을 봤다기보다는, 그의 음악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그 뿌리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말이 그말인가? 달리 말하면 뮤지션이 궁금하다기보단 음악이 궁금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책을 펼치며 죽음을 앞 둔 사람의 담담한 문장과, 그 사이로 얼핏 비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조금은 이 책이, 사카모토 류이치가 좋아졌다. 그의 인생에 대한 호오를 별개로 두더라도 죽음을 앞두고 이토록 많은 사유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그가 엄선한 그의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책을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가 쓴 에세이에 대한 논평은 너무 사적이어서 기술할 수가 없지만, 죽음조차 막지 못하는 그의 음악에 대한 의지를 읽으며 나의 죽음 뒤에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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