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장르문학 창작자를 지원하는 커뮤니티 안전가옥에서 발간하는 단편 선집이며 이 중 두 번째 시리즈이다. (23년 7월 26일 현재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에는 총 20여 편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해당 단편집에는 조예은 작가의 데뷔작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와 함께 '초대', '습지의 사랑',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가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초대>
주인공 채원은 어릴 적 먹기 싫었던 회를 억지로 먹은 이후로 17년이나 목에 가시가 걸려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서는 가시가 없다고 말하며 그녀의 고통을 '없는 것' 취급하기 일쑤이며, 남자친구인 정현은 채원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며 채원의 고통을 증대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정현의 동창인 태주가 나타나고 흐릿한 인상의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 채원은 태주를 찾아 나선다.
<습지의 사랑>
물귀신인 '물'은 소나무 숲에 있던 '숲'을 만난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자기를 무서워할 거라 생각하여 쫓아내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숲'은 '물'에게 친밀하게 대해주고 둘은 곧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둘만의 고요한 시간은 골프장을 건설하러 온 건설업자들에 의해 방해받게 된다.
<칵테일, 러브, 좀비>
아빠가 하루아침에 좀비가 되었다. 정부에서 즉각 사살할 것이 뻔한 좀비-아버지기에 엄마와 그 딸 주연은 잠시나마 아버지를 숨기기로 한다. 하지만 생전의 행동을 반복하는 좀비-아버지는 가부장제의 현신답게 좀비가 되어서도 밥 달라고 식탁에 온종일 앉아 시위를 한다. 물론 좀비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란 없기에 쫄쫄 굶게 된 좀비-아버지는 엄마와 주연을 향해 공격을 감행하고, 이런 모습을 보며 딸 주연은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나는 불행한 가정의 아들이다. 결국 아버지가 오랜 가정학대에도 모자라 어머니를 과도로 죽였다. 나는 정해진 수순처럼 곧바로 아버지를 죽이고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죽음이 나를 찾아오는 그 순간 누군가가 말한다. 시간을 되돌려주겠노라고.
나는 수개월째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 스토커는 나로 모자라 시시각각 나의 연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스토커가 나의 연인의 목숨을 앗아가자,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주겠노라고.
요키의 느낀점
안녕! 오늘은 여름에 읽기 좋은 피가 낭자한 미스터리와 호러 이야기들을 가지고 왔어. 사실 요키는 무서운 영화나 드라마는 못 보기 때문에 가끔 이렇게 장르소설을 읽고는 해. 쫄보라서 괴담을 읽는건 너무 무섭달까 ^-ㅠ.. 개인적으로 조예은 작가의 <칵테일, 러브, 좀비>는 무섭지도 않고 에어컨 틀어놓고 보기 좋은 킬링타임용 책이라고 생각해!
이제부턴 개인적인 감상평이야 :)
<초대>에서 채원을 괴롭히는 직접적 원인 중 두 가지 중 하나는 '목 안의 가시'이다. 어릴 적 부모님이 채원이 먹기 싫은 생선회를 억지로 먹이며 걸린 목의 가시는 채원이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하기 싫은 일을 강요당해 왔다는 은유 같기도 하다. 두 번째는 '남자친구 정현'이다. 채원의 외모를 품평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채원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아마 바람을 피우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 태주의 말처럼 그냥 있다가도 없다, 없다가도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있는 게 없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채원의 목안의 가시가 결국 뱉어내진 것처럼 말이다. 현실의 우리는 소설의 채원처럼 고통을 참는데 익숙하지만, 채원처럼 분출할 수는 없으니 미리미리 자신의 정신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
<습지의 사랑>은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지만, 귀신의 시점에서 연애 소설을 읽는 건 난생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작가 인터뷰에서는 '소나기'처럼 서정적인 내용이라고 하니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는 걸 추천한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제일 마음에 든 단편이었다. 표제작인 이유가 있구나 싶은 빠른 전개가 좋았고, 가부장적인 좀비가 되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주연의 사랑과 원망이 겹친 복합적인 마음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좀비가 되는 이유와 그를 처리하는 방법은 우리가 익숙한 서양 좀비물과는 다르지만, 한국식 좀비라면 이럴 수 있겠다 납득이 되는 재미까지 있었다. 게다가 좀비를 다루는 개인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부와 사회가 좀비를 다루는 방식까지 너무도 한국적이어서 마치 잘 짜인 블랙코미디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해당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러브 x 데스 x 로봇'을 떠올렸는데 우선 단어의 나열로 제목이 지어진 것에서도 연상했지만, 플롯 자체가 해당 시리즈로 영상화되어도 문제없을 정도로 탄탄하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작가의 데뷔작인데, 타임 리프물이라는 힌트를 알고 읽는 독자들은 작가의 전개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소설의 충격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정폭력이 한 가정을 괴멸시키는 과정을 참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리프물인걸 모르고 읽는 게 가장 좋겠다.
조예은 작가는 장르소설가임에도 출판하는 책마다 인기가 많은 것 같다. 가장 최신작인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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