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 수영장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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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까?/그림리뷰

데이비드 호크니 - 수영장 시리즈

by 게으른_완벽주의자 2023.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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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일을 기해 2023년도의 공식적인 장마가 끝났다.

50년 만에 세 번째로 비가 많이 온 것으로 기록된 이번 장마는 종료와 동시에 숨 막히는 열대야를 제자리에 끌어들였고, 나는 어젯밤 처음으로 자는 동안에도 에어컨을 틀었다. (두근두근 8월의 전기세고지서 ㅠㅠ)

바로 오늘부터 폭염이 시작되면서 이제 그늘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절대적인 여름이 시작이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어린이 공원이나 공공시설에서는 수영장과 물놀이터를 개장했고,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어 온몸을 적시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뿐이다. 갈아입을 옷 같은 뒤에 일어날 일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온몸으로 시원함을 만끽하는 저 기분을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인지

대신하여 시원한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할 그림이라도 실컷 보자 싶어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를 감상해볼까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라고 하면 생존하는 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회화와 사진을 통해 20세기 미술에 굉장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공감각이 뛰어난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공감각이란 인간의 오감 중 한 영역의 감관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 자극이 다른 영역의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존의 오감은 자극과 반응이 일대일을 이루지만, 공감각은 하나의 자극에 대응해 두 개 이상의 감각이 연합되어 인출되는 반응이다.’ (출처) 위키백과
) 금빛 게으른 울음(정지용-향수): 울음(청각)을 금빛(시각)으로 표현)


 그는 1937년 7월 9일생으로 앨런 존스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의 팝아트 화가로, 요크셔의 브래드 포드에서 출생하여 왕립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1961
년 여름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 호크니는 대중적 이미지로 자신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하고, 미국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술계와 패션계에서 핫한 존재가 되면서 자신의 성적 자유를 찾아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동성애자 예술가로서 당시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영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던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하며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마음껏 표출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창조되기 시작하고,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수영장 시리즈역시 이 시기에 탄생하게 된다.

(*웃긴 사실 : 실은 동성애는 당시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분류되어 많은 집단 간 충돌과 논쟁을 일으켰고, 동성애자 정치가가 암살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호크니는 별 일 없이 무사히 잘 지냈는데, 당시 가장 개방적인 도시에 있던 덕분이다. 그 바람에 본인도 미국에서도 동성애가 불법이란 사실을 처음엔 몰랐다고 한다)


호크니 시리즈를 논하자면 그의 뮤즈였던 피터 슐레진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와의 만남으로 인해 그의 작품을 세상에 알려준 운명적 요소들이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UCLA에서 미술사범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나 화가와 모델로 관계가 발전하고 결국 연인이 되었다. 피터와의 사랑을 통해 그의 그림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게 된다. 로스앤젤레스에는 극 EEEE성향의 낙관주의자만 가득하다는 비유를 아시는지? 그의 시리즈에 반영된 마냥 맑고 밝기만 한 날씨 덕택이라고 많이들 말한다. 영국에서와 상반되게 밝아진 그의 화풍은 날씨의 영향도 있겠지만 피터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된 감정의 충만도 한몫을 했으리라 본다. 그는 호크니에게 수영장 화가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정신적 뮤즈의 역할도 담당했다. 인간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누가 보더라도 이 작품은 호크니의 것이다’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보성을 가지게 했다.


오늘은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 줄(그리고 호크니를 세상에 알린) 수영장 시리즈 중 대표적인 2 개만 감상해 보자.

1967 /  캔버스에 아크릴 / 242*245cm / 영국 / 테이트미술관

<A Bigger Splash>

1967년 작으로, 제목 그대로 다이빙 대 위에서 뛰어내려 큰 물보라를 일으키는 순간을 포착했다. 수직으로 그려진 선들과 단조로운 색의 배치들은 마치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포스터 이미지 같다. 그 가운데 물방울의 궤적만이 사실감 있게 표현되어 그림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호크니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어붙은 캔버스 위에 초 단위로 정밀하게 표현된 첨벙이는 물살이다. 그는 물이 튀기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의 대다수의 작품과 달리 여기서는 사람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고 전체적인 화면은 정적이다. 정적인 화면에 동적인 물방울, 견고히 자리 잡은 건물과 몇 초에 남짓한 물방울의 운동. 이와 같은 대조가 이 작품을 더 강렬하게 기억시킨다.

 

1972 /&nbsp; 캔버스에 아크릴&nbsp;/ 213.5*305cm /&nbsp;크리스티 경매&nbsp;9,030만 달러

<Portrait of an Artist> 

이 작품은 산과 나무를 배경으로 수평에 위치한 수영장이 있다.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는 대부분 사건을 묘사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 작품엔 수영하는 남자가 있고 그런 그를 위에서 쳐다보는 장면을 묘사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제목은 한 예술가의 초상이다. 과연 둘 중 누가 호크니일까? 서있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이 그림에서 호크니는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인물은 지극히 평범하게 그려져 특정할만한 개성을 찾아낼 수 없다. 단순히 배치되었을 뿐인 두 사람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상상을 할 뿐이다. (호크니와 그의 연인이라는 설, 둘 다 호크니 자신-투영되는 모습-일 것이라는 설 등 여러 주장이 있다.)

생존 작가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작품이었으나 얼마 뒤 제프 쿤스의 토끼9,1075천 달러에 낙찰되면서 2위에 밀려났다. 그러나 생존 작가의 회화로는 여전히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올해로 86세인 호크니는 수영장 시리즈를 그리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시간의 개념까지 담은 그림으로 하여금 우리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 자신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회화를 선보이면서 시각적인 것은 어떤 것이든 흥미를 끈다라며 최근 몇 년 동안 팩스, 복사, 폴라로이드를 실험한 후 최근엔 아이패드까지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최신 문물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는 요즘의 젊은이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아마 아래 그의 인터뷰 내용에서 엿볼 수 있는 삶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돈은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한 삶에 대해서는 욕심을 냅니다. 나는 쓰러지는 날까지 신나는 삶을 살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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