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칸 영화제에서 8분간 기립 박수를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로 그 영화, <슬픔의 삼각형>입니다. 호화 크루즈에 탄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신랄한 풍자와 노골적인 상징으로 가득 채운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번에도 상세 줄거리와 결말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줄거리
1부. 칼 & 야야
칼(해리스 디킨슨 분)은 최고의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야야(샬비 딘 분)와 연인관계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데이트. 웨이터가 계산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지만 야야는 화장만 고치고 있다. 칼이 머뭇거리며 계산서를 잠깐 만지자 야야가 말한다. "고마워, 자기". 칼은 자신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버는 야야가 매번 식사비를 지불하지 않는 것에 대해 돈과 성 역할을 언급하며 에둘러 그녀를 원망한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야야가 본인 내겠다며 카드를 내밀었지만 한도초과로 뜨고, 현금 50유로를 꺼냈지만 모자란 상황이다. 결국 칼이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고, 야야는 50유로를 다시 그녀의 지갑에 집어넣는다.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도, 호텔 안의 엘리베이터에서도 둘은 계속 말다툼을 하다 각자 방으로 돌아간다.
칼이 몇 번이고 미안하다 문자를 보낸 후에야 야야가 찾아왔다. 야야는 본인이 임신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나를 돌봐줄 사람인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일부러 그런 거라 인정한다. 칼은 솔직한 그녀를 사랑한다 하고,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 말한다.
2부. 요트
야야와 칼은 SNS 협찬으로 호화 크루즈에 초대되어 한가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물론 SNS에 올릴 야야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칼은 바쁘다.
점심 식사 시간. 야야는 한 입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파스타를 크게 돌돌 말아먹는 시늉만 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드미트리가 먹지 않을 거냐 물어보자, 그녀는 글루텐 불내증이 있다고 한다.
드미트리를 비롯한 여기 호화 요트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먼저 부유한 손님들. 러시아 비료 사업자인 디미트리와 아내 베라 그리고 그의 애인, 수류탄과 지뢰 제조업자인 영국 노부부, IT 백만장자 야모, 뇌졸중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앉아 독일어 3 구절만 말할 수 있는 테레스 등
그리고 그런 갑부들 곁에서 흰색 유니폼을 예쁘게 차려입고 모든 요구와 변덕을 처리하는 접객팀 승무원들. 왠지 모르지만 모두 백인이다.
마지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남색 작업복의 관리팀 승무원들. 이 집단도 왠지 모르지만 모두가 유색인종이다.
접객팀 리더인 폴라는 며칠 전부터 선장을 찾아가 '선장 주최 만찬' 일정을 확정해 달라 요청한다.
저기압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으니 목요일을 피하라 말했지만,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슨 심보인지 선장은 목요일을 콕 집어 선택한다.
목요일 낮 수영장, 접객 승무원 알리샤는 베라에게 말벗과 샴페인 시중을 들어주고 있다. 베라는 갑자기 무엇에 꽂혔는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며 알리샤에게 수영을 하라 강요한다. 알리샤는 난처해하며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지만, 베라의 말에 결국 수영장에 들어간다. "입 다물어! 명령이야!" 베라는 더 나아가 모든 직원을 수영시키라 요청했고, 폴라는 이 황당한 요구도 어떻게든 들어주느라 음식이 상할 거라는 요리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조리팀 직원까지 불러들여 수영을 시킨다.
저녁의 선장 주최 만찬. 이전 폴라의 경고처럼 기상 상태가 좋지 않다. 식당 밖 풍경은 벌써부터 좌우로 흔들리고, 손님을 맞이하려 서있는 기장은 피사의 탑처럼 서있다. 식당 문이 열리고 한껏 차려입은 손님들이 하나 둘 입장한다. 다가올 일을 알지 못한 채, 다들 자기가 무슨 지위에 있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고상한 척하며 뽐내고 있다.
이날의 코스 요리는 전부 해산물이다. 캐비아와 굴, 성게와 해초무침, 생선에 훈제 문어까지... 가뜩이나 흔들리는 배 때문에 멀미가 나는데, 상했을지도 모른 해산물을 연신 먹어대던 손님들은 꽂꽂하던 그들의 위엄을 지키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여기저기에서 구토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식당은 곧 토사물로 범벅이 된 아비규환의 상태에 이른다. 배는 더 심하게 요동치고, 애는 울고, 잔은 바닥에 나뒹구르고... 장관이다.
모두 객실로 돌아가 위아래로 배출하는 이 와중에도, 러시아의 자본주의자 디미트리와 미국의 마르크스주의자 선장은 자신들의 이념에 대해 토론 중이다. 둘이서만 했으면 좋으련만... 선장실로까지 자리가 이어지고 술에 취한 둘은 선내 마이크를 켜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손님들은 그들의 말에 더욱 불안해하며 밤을 지새운다.
날씨도 잠잠해진 새벽.. 영국 노부부가 선실 밖 복도에 나와 있다가 뭔가 떨어진 걸 확인한다. "여보, 우리 제품이에요."
해적의 습격이다. 곧 배 후미가 폭발한다.
3부. 섬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외딴 섬으로 생존자가 한 두 명씩 모인다.
칼과 야야, 러시아 갑부 디미트리, '인 덴 볼켄' 만 외치는 테레사, 앱 개발하는 야모, 엔진실 직원이라는넬슨, 객실 승무원 리더 폴라.
이들은 알 수 없는 짐승의 소리로 가득한 공포의 하루 밤을 보낸다.
다음 날, 물과 간식이 잔뜩 들어있는 구명정을 타고 화장실 담당 승무원이었던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이 도착한다. 폴라는 애비게일에게 식량을 전부 꺼내라 명령하고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애비게일은 머뭇거리며 몇 상자를 건네주었지만, 다 빼앗길 수는 없었는지 일부는 배낭에 담는다.
다른 사람들이 그늘에서 누워 태평하게 과자를 먹는 동안, 애비게일은 인근 해변에서 문어를 잡았다. 하지만 불 피울 줄 아는 사람도, 문어를 손질할 줄 아는 사람도 없다. 결국 요리까지 모두 애비게일이 도맡았다. 완성된 요리를 집어가려는 폴라. 하지만 애비게일이 그녀의 손을 쳐내며 절반은 자신의 몫으로, 나머지 절반만 남은 사람들 몫으로 준다. 왜 혼자서만 더 많이 먹느냐는 폴라의 질문에, 애비게일은 본인이 사냥하고 손질하고 불도 피우고 요리도 했지만 너희들은 뭐 했느냐 반문한다. 폴라가 할 줄 모르는 걸 어떻게 하느냐 답하자, 애비게일 말한다."내 말이"
이 순간 모두 새로운 서열이 생겨났음을 인지했다.
다음 날 아침, 칼과 넬슨이 어젯밤 애비게일의 배낭에서 몰래 과자 한 봉지를 훔쳐 먹은 것을 들켰다. 그들에게 벌을 줘야 한다며 속삭이는 폴라와, 뒤에서 거짓말쟁이들이라며 맞장구치는 야야까지.. 새로운 권력자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애비게일은 그들에게 금식의 벌을 내린다.
애비게일은 오늘도 사냥에 성공했고, 저녁 식사를 만들어 넬슨과 칼을 제외한 나머지 식솔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다.
이때 식사 무리에서 떨어져 앉아있던 칼이 애비게일을 계속 바라보며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는다. 칼의 의도를 읽었는지 애비게일은 그에게 오늘 굶었으니 나와 함께 구명정에서 자도 된다고 말하며 먹을 것을 챙겨 일어선다. 칼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따라간다.
구명정 밖에서 칼을 원망하는 야야. 무엇의 대가로 받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칼은 과자 한 봉지를 그녀에게 건네준다. 과자를 우걱우걱 먹는 야야는 그새 글루텐 불내증은 완치된 듯하다.
그 후로도 칼은 충성스런 밤 시중이 계속 이어졌고, 그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호루라기나 휘파람을 불며 놀려댔다. 어느 날 밤, 애비게일과의 잠자리에서 칼은 사람들에게 둘의 관계를 숨기기 힘들다고 말한다. 애비게일은 사귀는 사이라고 하면 뭐라 하지 못할 거라 하며, 야야와 헤어지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다음 날, 야야는 주변을 둘러보겠다며 산에 가겠다고 한다. 어제 칼의 얘기도 있고 하여 애비게일이 같이 따라나섰다. 둘이 한참을 걸어 산을 넘고 반대편 해변에 도착하자 야야가 무언가를 발견한다. 엘리베이터다. 이 섬은 무인도가 아닌 어느 리조트의 반대쪽 해변이었던 것. 기뻐하며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타자는 야야와 달리 애비게일은 표정이 복잡하다.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잠시 뒤로 이동한 애비게일은 어느새 얼굴만 한 돌덩이를 들고 조심스레 야야의 등 뒤로 접근하다. 금방이라도 내려치려는 독기 어린 눈빛과 함께...
쿠바오의 몇 줄 감상평
근래 본 최고의 블랙 코미디예여!! 그렇게 난리법석인 영화는 아닌데, 조용하면서도 묘하게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자기가 만든 수류탄에 죽는 노부부라던가, '인 덴 볼켄' 밖에 말하지 못해서 구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그냥 보내 버리는 테레스, 애비게일을 룸 메이드라고 하대하다 상황이 바뀌자 충성으로 부하로 스위치 하는 폴라, 해변으로 떠밀려 온 부인의 시체를 끌어안고 슬퍼하면서 장신구를 하나씩 빼내는 디미트리 등, 말로 다 설명 못해요. 너무 취향이야 ㅎㅎ
'슬픔의 삼각형'은 영화 초반 모델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이 미간의 주름이라고 말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진짜는 영화 내내 주구장창 풍자하는 권력/계급/서열의 피라미드인 것 같아요. 정말 웃기지만 심오한 영화입니다. 왜 칸에서 상 받았는지 알겠어요.
모두에게 강추하지만 중간에 토사물 환장 파티는 진짜 적나라 하니까, 비위 약한 분들은 스킵해서 보세요. 진짜 어떻게 촬영했는지 모르겠을 만큼 실제상황 같다니까요.
영화 정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 스웨덴 출신으로 영화 학교를 졸업 후, 2004년 첫 장편 영화 <The Guitar Mongoloid>를 감독한다.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은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으로 이어졌고, 2022년 <슬픔의 삼각형>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다.
출연
해리스 디킨슨 (칼 역) : 영국 출신으로 영화와 연극을 공부한 그는 2017년 <Beach Rats>로 데뷔한다. 알려진 작품으로는 <킹스맨 3>,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 등이 있다.
샬비 딘 (야야 역) : 남아공 출신으로 어렸을 때 부터 모델 일을 시작하다 2010년 <Spud 2>로 연기 데뷔한다. 꾸준히 단역을 맡다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에 캐스팅 되었다.
돌리 드 레온 (애비게일 역) : 필리핀 출신으로 필리핀 영화,연극,TV에서 주로 단역을 맡다, 이번 영화로 첫번째 국제 영화에 캐스팅 되었다.
평점
작성일 현재 23.07.31 기준
IMDb 7.3/10
Rotten Tomatoes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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